기업들은 ‘스펙’ 위주 채용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지만 구직자들은 여전히 무작정 스펙을 쫓고 있다. 최근 열린 채용이 확대되면서 청년 구직자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주요 취업 포탈인 인크루트는 한국 기업 중 절반가량은 열린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류전형에서 열린 채용은 ‘스펙’으로 지원자들을 걸러내기보다는 면접과 직무평가를 중요시 여기는 채용 방식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시작된 열린 채용은 ‘스토리’가 ‘스펙’에 우선되는 채용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대 자동차는 ‘5분 자기소개’ 전형을 채택했다. 지원자들은 잡 페어에서 임원들에게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자기소개 전형 합격자들은 서류 전형이 면제된다. 한화 그룹은 인적성 고사를 폐지하고 대신 게임, 모의 면접, 1박2일 합숙면접 등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SK 그룹은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과 1박2일 합숙면접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바이킹 첼린지’ 전형을 도입했다.

취업 컨설턴트들은 학생들이 점수 올리기에만 집중한 결과 면접에서 면접관에게 자신의 역량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열린 채용에서는 면접이 더 중요하다.

헤드 헌터이자 취업 컨설턴트인 ㈜커리어앤스카우트 조슈아 권 컨설턴트는 “학생들은 면접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들도 이를 드러내지 못한다. 우리는 바람직한 면접 태도와 경력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권 씨의 말이다.

하지만 ‘스펙’을 평가하는 서류전형을 완전히 폐지할 경우 다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권 씨는 “스펙을 아예 평가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는 것이 맞다. 지원자의 스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채용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포퓰리즘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사람은 스스로 성실하게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권 씨의 말이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의 40% 정도는 열린 채용을 반대한다. 보통 한 수업에서 40% 정도의 학생들이 A학점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놀랍지 않은 숫자다. 이들은 채용 트랜드 변화에 따라 자신의 학점이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열린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에도 구직자들은 작년 한해 여전히 구직 활동에 평균 2백만원(2천달러)를 사용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37만원(370달러) 증가한 수치다. 학생들은 스펙을 키우는 데 계속 비용을 지불한다. 구직자들 중 60% 이상이 사교육은 성공적인 구직 활동에 있어 ‘필요하거나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계속 스펙을 키워야 취직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학에서 A학점을 받거나, 어학 자격증을 따거나, 기타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스펙 키우기에 해당한다. 스펙을 키우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뛰어난 경력과 스펙을 갖춘 학생들이 대단히 많다. 나와 같은 평범한 학생이 경쟁을 뚫고 좋은 직장을 얻기는 매우 힘들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의 말이다. 그녀는 “특히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스펙을 쌓는 데는 경제적 비용만이 들어가지 않는다. 학생들은 더욱 매력적인 지원자로 보이기 위해 학업과 병행해 어학 시험을 공부하거나 저임금 인턴으로 근무하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박 선영 씨는 “1년안에 취직하면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취직하기 위해 영어 능력 시험과 한국어 능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논술과 작문 시험도 준비 중이다”. 박 씨의 말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3단계에 걸쳐 채용을 한다. 먼저, 서류전형을 시행하고, 다음으로 인적성 고사를 시행하며, 마지막으로 보통 2회에 걸쳐 면접 전형을 시행한다. 취업학원에서는 3단계 중 일부 또는 전체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체 수업 또는 일대일 컨설팅을 받을 경우 10만원(100달러)에서 90만원(900달러) 가량이 든다.

기업 인사담당자 네 명중 한 명은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 중 55퍼센트는 자신이 속한 기업의 채용 방식이 “단순하고 비과학적이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해 8.6퍼센트에서 올해 10퍼센트로 상승했다. 청년 41만여명이 여전히 스펙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